기획자 본인만큼 잡다한 블로그

greentec.egloos.com

포토로그




후쿠오카 여행 - 마지막 날 여행

1월 1일. 새벽 네 시에 담배 냄새 때문에 기상. 아침에 담배 냄새 때문에 일찍 깨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빌 브라이슨의 말대로 '여행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인가보다. 

여유 있게 나가기 위해 호텔 뷔페 조식 시간인 일곱 시 반에 바로 아침을 먹으러 올라갔다. 일본은 2015년 1월 1일부터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되지만 아직 이 뷔페에는 적용되지 않은 듯하다. 카운터의 여직원은 2014년과 같은 가격인 1,030엔을 받고 나를 입장시켰다.




건물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한국의 뉴스를 보니 해돋이 차량 정체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떠나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화일까. 이곳은 일본에서도 가장 서쪽인 규슈이니 이곳에 해돋이를 보러 올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딩 사이로 해가 올라오며 나름 멋진 풍경이 보였지만 사진을 찍기가 귀찮았다. 옆 테이블의 남자가 DSLR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을 보다가 커피를 마무리하고 방으로 내려왔다.

짐은 어제 대충 챙겨 놓아서 할 게 별로 없었다. 출근할 때 매일 매고 다니는 가죽 숄더백을 어제 산 백팩 안에 넣고 다른 짐도 구겨 넣었다. 1층에 내려가서 체크아웃을 하니 절차는 몹시 간단했다. 호텔 직원은 내가 준 열쇠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도 된다고 했다. 이게 모든 절차의 끝이라는 것을 몰라 잠깐 머뭇거리다가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라는 말만 하고 나왔다. 다음에 외국에 갈 때 인사말은 꼭 익히고 가야겠다. 이 호텔은 담배 냄새 빼고는 좋은 곳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서 국제선으로 가는 셔틀을 타고 이동했다. 창 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내 맞은 편에는 우리나라 사람인 가족이 앉았는데 아빠로 보이는 사람,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 둘이었다. 아들은 뭔가 짜증이 나 있는지 부주의한 모습만 보이다가 여행 가방을 넘어뜨려 내 발등을 찍었다. 아빠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아들은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입을 쭉 내밀고 시선을 피하는 것이 몹시 거슬렸다. 커서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을 탕진하는 훌륭한 바보가 될 것 같았다. 셔틀에서 내리면서도 그쪽 일행과 엮이기 싫어서 일부러 멀리 떨어져서 갔다. 다행히 내가 타는 비행기는 아닌지 티켓팅 줄에서부터는 볼 일이 없었다.

탑승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어느 일본인 가족 다음 순서였다. 그런데 탑승이 시작되자 나이드신 우리나라 분들이 '이제 시작하는 거야?' 라며 자연스럽게 줄을 하나 더 만들며 새치기를 했다. 심지에 몇 명은 가족의 앞에 끼어들어서, 그 가족이 중간에 끼어서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몹시 민망했다. 벌써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이번에 받은 자리는 비행기 왼쪽 맨 뒤 구석이었다. 내 옆에는 30대쯤 되어 보이는 일본인 여자 두 명이 탔다. 내가 여행을 끝낼 때 누군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눈은 점점 많이 쏟아졌고 비행기 날개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출발이 50분쯤 늦어졌다. 하지만 결국 비행기는 이륙했고 창 밖에는 사람들이 사는 거리와 햇살 가득한 해변과 푸른 바다가 점점 멀어지고 하얀 구름만 남았다. 내 앞에 앉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나는 경쟁적으로 창 밖 풍경을 찍다가 여자아이가 먼저 지쳐 잠들었다. 너무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아이는 자느라 기내식도 먹지 못했다. 구석 자리에 앉은 내가 굳이 커피를 주문하자 승무원은 약간 신경쓰이는지 '조심하세요.'라고 말했고 나는 다행히 옆사람들에게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커피 잔을 받아내었다. 

이십 분 뒤, 우리나라가 보였다.

공항철도와 2호선을 갈아타고 집에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자주 가는 분식집에 가서 제육덮밥을 먹으니 그제야 집에 온 것 같았다.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이 매운 맛이 너무 반가웠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