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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삼촌들이 두꺼운 책을 읽던 것이 생각난다. 제목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이었다. 물론 작게 "한 권으로 읽는" 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은 위키에 따르면 1,894권 888책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 권으로 축약한 책이 나왔는데, 그때 마침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나중에 200만 권이 팔려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이 책 <조선왕비실록>을 처음 봤을 때는 위 책의 유명세에 얹어가려는 책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꽤 재미있는 책이었다. 조선의 방대한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7명의 왕비의 삶을 따라간 이 책을 읽으니 조선사를 한번 통째로 정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건국의 정치>라는 책을 보고 감동했던 적이 있다. 이 850페이지가 되는 크고 두꺼운 책은 그야말로 내용이 꽉 찬 책이었다. 조선 건국 시기의 인물 하나 하나에 초점을 맞춰가며 사료로 남아 있는 기록과 언행을 통해 역사로만 존재하던 인물들에 살아 있는 사람의 성격을 되살려낸 책이었다.
이 책 <조선왕비실록>을 보면서 나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약 40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적어서 읽기에도 좋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깊이에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사료를 추적하는 꼼꼼함과 함께 실생활에서 있을법한 예를 들어가며 역사 속의 인물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전개가 <건국의 정치>와 닮아 있었다. 기회가 되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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