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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의 문법과 개복치의 성장 게임기획


로그라이크 게임 중 유명한 ADOM


최초의 던전 탐색 그래픽 RPG인 로그와 비슷한 게임을 일컫는 '로그라이크'라는 말은 이제 장르를 대표하는 총칭이 되었다. 로그라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영원한 죽음, 즉 플레이어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하면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보다 쉽고 다양하게 주어진다. 강한 적을 만나서 죽고, 함정에 걸려서 죽고, 배고픔 수치를 제공하는 게임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서 죽고, 지능이 일정 수치 이하 (보통 0)으로 떨어지면 숨 쉬는 법을 까먹어서 죽기도 한다. HP가 0이 되어야만 죽는 것에 익숙한 보통의 게이머들에게 로그라이크의 이런 쉽고 다양한 죽음의 방식은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그리고 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오리지날 로그라이크 게임들에는 조금도 없다. 맵은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랜덤하게 생성되기 때문에 패턴을 외울 수 없고 몬스터의 습성이나 스킬을 올리는 순서 정도만 익힐 수 있을 뿐이다. 쉬운 상대를 계속 잡아서 점점 강해지는 노가다는 게임 컨셉에서 이미 불가능하다. 게임 시간이 지날수록 등장하는 적이 자동으로 점점 강해지도록 밸런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유명한 로그라이크 중 하나인 던전 크롤. 한글화되어 있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죽을수록 점점 실력이 늘게 된다. '캐릭터가 레벨업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레벨업하는' 게임인 것이다. 처음에 계속 죽다가도 한번 재미를 들이면 몇 년씩 계속 반복 플레이하게 되는 로그라이크의 중독성은 매니아층을 만들었고, 매니아들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게임이 계속 나오면서 게임 장르가 가지고 있는 깊이는 더욱 풍부해졌다.



살아남아라! 개복치


몇 년 전부터 인디 게임의 태동과 함께 로그라이크가 주목받고 있는데, 그 중 NDC에 발표까지 했던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이 특이하다. 개복치는 로그라이크 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생물이다. 무슨 말이냐면 쉽게 잘 죽기 때문에 로그라이크와 은근히 어울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일본 웹에서는 '점프의 착지로 죽는다', '다른 물고기가 쳐다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는다' 등등 각종 개그의 소재로 쓰였다고 한다. 이런 개복치의 특성으로 로그라이크의 쉬운 죽음을 빌려온 게임이 <살아남아라! 개복치> 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의 문법을 빌려와서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모바일 게임에서 '캐릭터가 레벨업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레벨업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난관이 되는 것이 조작성이다. 오리지날 로그라이크는 수많은 입력 키를 제공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확확 변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판단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이런 플레이어 레벨업 게임으로는 주로 '손의 기술'을 요구하는 캐쥬얼 게임류 정도가 가능할 뿐이고, 아직 '머리의 기술'을 요구하기는 전략이나 RPG 게임이 성공한 예는 드물다.



탐험하면 50% 확률로 죽는다. 하지만 죽고 나서 다음 번에는 75%, 또 죽으면 90% 가 되는 식으로 생존확률이 점점 올라간다.



하지만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성장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게 해주었다. 모든 액션의 결과를 죽을 확률 / 죽지 않을 확률로 단순화시키고, 어떤 액션으로 죽을 때마다 다음에 그 액션으로 죽지 않을 확률을 조금씩 올려줘서 결과적으로 플레이어가 성장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참으로 영리하면서도 심플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민을 많이 해서 장르의 정수를 자기 식으로 소화해 낸 이 게임은 100만 다운로드라는 초기 목표를 가뿐히 뛰어넘어 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이 스타트업의 출세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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