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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4 - 4편까지 냈으면 인정해야 한다 게임기획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게임 시리즈가 4편까지 나온 경우가 얼마나 될까? <창세기전4>(2016), <그날이오면4>(1994) 등 아주 옛날 게임까지 꼽아봐도 몇 편 없는 것을 보면 시리즈가 이만큼 길게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애니팡(2012)은 한국 모바일게임의 시초격인 게임으로 카카오톡 친구초대와 시너지를 내며 유례없는 흥행을 했으며, 애니팡2(2014), 애니팡3(2016)도 각각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애니팡3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다룬 바 있다).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외에도 다른 IP로 3-match 퍼즐 게임을 여럿 냈지만 정식 넘버링을 갱신하는 4편은 3년 9개월만에 나오게 되었다.


그 시절 우리를 잠 못 들게 했던 애니팡


애니팡3을 해보고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개발팀(아마 있지 않을까)의 개발력에 신뢰를 갖게 된 나는 주저없이 애니팡4를 다운받았다. <배틀그라운드>(2017)가 유행시키고 같은 장르 중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테트리스99>(2019)에서 시도되었던 배틀로얄 장르를 도입했다는 점은 기대가 되었는데, 기대가 된 점은 배틀로얄 장르 그 자체가 아니라 애니팡3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 팀은 어떤 것을 만들 때 그 이유를 알고 만드는 것 같다는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의 반대되는 예로는 몇 년 전 <클래시 오브 클랜>(2012)의 클론 게임들이 범람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정작 클래시 오브 클랜의 본질을 이해하고 베낀 게임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다들 금방 시장에서 사라져갔던 것을 들 수 있다. 배틀로얄 장르를 도입할 때도 이들은 이 장르를 도입할 때 원래 3-match 장르의 규칙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풀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다.


배틀로얄 장르의 시초가 된 메가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3-match 장르의 시초는 팝캡의 비쥬얼드(2001)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의 모바일 게임에서 완성된 것은 King의 캔디 크러시 사가(2012)이다. 여기서 현재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모바일 3-match 장르의 기본 문법이 도입되었다. 스테이지가 일렬로 이어진 맵, 성과에 따라 스테이지 당 3개까지 얻을 수 있는 별점, 맵과 별점에서 보이는 친구의 프로필과 그로 인한 경쟁심리 자극 등이다. 이 장치들은 사실상 하나가 되어 작동하는 이 장르의 코어로, 페이스북 소셜 게임의 전통에 따라 플레이어가 주로 친구들과의 경쟁을 통해(때로는 하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생명력을 주고받는 등 서로 도우며) 게임에 계속 몰입하게 한다.


캔디 크러시 사가에는 경쟁의 대상인 친구들이 존재한다


캔디 크러시 사가의 뒤를 이은 3-match 장르 게임들이 이 문법 요소들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장르의 코어를 해치지 않으려는 당연한 시도였다. 모바일 게임에는 보통 가로나 세로로 계속 스크롤할 수 있는 맵이든 다른 형태든 친구들의 현재 진행 상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UI가 빠지지 않았다. 모바일 3-match 게임에서 경쟁은 필수 요소였고 그것은 주로 내가 아는 사람, 적어도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경쟁이었다.

배틀로얄을 도입한 애니팡4에서는 메인 모드가 배틀로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배틀로얄의 경쟁상대는 보통 불특정 다수이며 많은 수의 적과 싸우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실력 격차가 희석되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잘하는 사람도 어떤 게임에서는 빨리 질 수 있고, 못하는 사람도 어떤 게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이다. 따라서 플레이의 결과를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게 되어 다시 플레이하고 싶게 한다. 이것이 이 장르의 코어다. 애니팡4는 20명이 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다.


최대 20명까지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다


애니팡4에서 칭찬하고 싶은 점은 배틀로얄의 구현이 아니라 배틀로얄을 구현하면서 다른 부분을 덜어낸 것이다. 애니팡4에도 기존 3-match 장르처럼 스테이지가 이어지는 싱글 플레이가 존재하지만 여기에는 친구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3-match 게임을 만든 선데이토즈이기 때문에 분명히 여기에도 그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겠지만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뺀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은 싱글플레이의 경쟁이 아니라 멀티플레이 배틀로얄에서의 경쟁이다.


맵이 없다. 우측 상단의 인스타그램에서는 내 진행 상황 정도만 확인 가능하다


낮아진 별점 기준도 마찬가지다. 캔디 크러시 사가에서는 어려운 스테이지에서 별 3개를 획득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 때문에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라도 나는 별이 1개인데 친구의 별이 3개라면 다시 돌아가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애니팡4에서는 스테이지를 깰 정도의 점수면 거의 별 3개를 얻을 수 있다. 별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획득 기준을 어렵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별을 퍼주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만약에 스테이지가 이어진 싱글 플레이 맵과 친구간의 경쟁을 주요 코어로 하는 3-match 게임에서 별점의 획득 기준을 낮게 해서 선심성으로 퍼준다면 이건 코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디자인이 될 것이다.

싱글플레이는 경쟁의 도구로 쓰이지는 않지만 배틀로얄에서 적용되는 패시브 능력을 획득하는 데에 쓰인다. 이것은 다른 모바일 게임 히트작 <궁수의 전설>(2019)에서 레벨이 오를 때 올릴 수 있는 패시브 효과와 거의 동일한 UI로, 배틀로얄을 위해 싱글플레이를 지속할 이유를 만들어주게 된다. 그리고 싱글플레이는 결국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무리 싱글플레이를 잘하는 유저라도 능력을 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싱글플레이 10레벨을 깰 때마다 능력 1레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장이 비슷하게 수렴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싱글플레이 10레벨 돌파마다 한번씩 능력을 올릴 수 있다


요약하면 애니팡4에서는 배틀로얄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3-match 장르의 전통에서 과감하게 덜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싱글플레이를 배틀로얄의 이유로 활용하기 위해 싱글플레이에서 특정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패시브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한 부분도 좋았다. 나도 옛날에 카카오에 모바일 게임을 냈었는데 그때 조금만 더 성공했더라면 2편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애니팡 3편과 4편에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이게 무엇인지 알고 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을 보며, 역시 최고의 경험은 출시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한 대화방에서 들은 말처럼, 실패를 다른 실패로 리셋하지 않고, 실패의 결과를 다음번에 성공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 지금 한국 게임은 훨씬 많은 성공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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